2010년 12월 26일 일요일

히로시마를 지나고.... (8월 9일)

 월요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월요일이라고 출근하느랴 또는 학교갈 준비 하느랴 바쁜시기이다. 아... 방학기간인가?? 뭐... 어쩃든 오늘도 5시 기상.. 이제는 늦지도 않는다... 좋다...ㅎㅎㅎ 화장실에서 아침부터 싯을 수 있었다. 간단히 세수와 양치질 정도이지만 못 싯고 자는기분과 싯고 자는 기분은 천지 차이다. 상쾌한 기분으로 잠들어야 피로도 빨리 풀리고 하는데, 못싯고 자는 날이 앞으로 몇날이나 더될지 의문이다. 종종 여관 같은 곳에 들려서 싯고 편안한 잠자리도 즐기고 해야 하는데 잘될런지 의문이 든다.




 이래서 집떠나면 고생이란건가 보다. 생각하지 않았던 고생들이 많다. 간단히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 이거 정말로 힘든 일이다. 평소에 집에서 편하게 먹고 자고 놀던 나의 몸이 이런생활에 얼마나 더벼터 줄지가 의문이다.

 오늘도 이른 시간에 출발 텐트를 안치고 자니 정리하는 시간이 반으로 줄어 든다. 아침에 챙긴건 요가 매트와 제일 밑바닥을 담당하는 돋자리 그리고 추울까봐 꺼내놓았던 침낭이 전부이다. 주섬주섬 챙기고 싯는 시간을 다해도 10분에서 15분정도 걸린듯하다.

 드디어 출발... 오늘이 몇일쨰 였더라...한국에서 부산을 떨었던 5일을 제외하고 일본에서의 생활만 4일째다. 일주일이 다되기전에 오사카에 도착해야 하는데 말이다. 남은 날은 3일 거리는..... 모르겠다. 한참 남았다. 오늘의 경로는 일단 히로시마를 지나서 오사카를 향해서 가는 국도 2호선을 타고 미친듯이 달리는 것이다. 역시나 오늘도 미친듯이 달리는것 외에는 없다.

 미칠듯이 괴로운 상황에도 사람은 생각을 하는가보다. 채지방이 문득 신경이 쓰인다. 아침을 안먹은 상태에서 운동을 1시간 이상하게되면 체지방이 엄청나게 연소가 되는 것으로 알고있다. 과연 맞는 지는 직접 해본일이 없어서 모르지만 말이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니 출발하고 5분 만에 등장한 편의점을 그대로 지나친다. 일본에와서 느낀건 수많은 편의점과 자판기 그리고 맥도날드.... 그런데 어제부터 맥도날드는 좀 뜸해졌다. 큐슈에서는 하루에 5개인가 본적도 있었는데 말이다.

 채지방 연소시간인 1시간을 조금 넘기고 나서야 편의점을 발견했다. 솔찍히 중간에 너무 배가 고프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지만, 편의점을 발견 못한 탓이 시간을 채우고 오히려 넘기고 말았다. 그전에 지나간 편의점이 몇개가 되긴하지만 다들 출발 초기에 발견한 녀석들이라 다들 패스했었다.

 오늘도 대충.... 아침... 아.. ‘7’ 이 써진 편의점이 ‘쎄븐일레븐’인가? 아무튼 그녀석은 더이상 가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같은 편의점은 도시락 메뉴가 똑같다.... 무려 4일 만에 질린다. 미치겠다. 앞으로 몇날 몇일을 더살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벌써 질리면 어쩌란 말인가. 고추장을 뿌려 먹으면 조금은 나은듯 싶으나, 딱한번 뿌려먹어 보고 귀찮아서 포기했다...;; 핸들바백에 들어있긴 하지만 핸들바백이 방수형이라 열기는 쉬워도 닫는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라서 말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히로시마시...


 대충 아침을 해결하고 열심히 달리다보니 벌써 히로시마... 시간은 8시 30분 가량... 그냥 지나칠려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찾아갔다. 시간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구석지기에 놓여있는 한국인위령비를 못볼만큼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평화공원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생각외로 엄~~~~~청~~~~ 크다. 입구의 구조물이나 기념관 부터가 분위기가 장난이 안니다. 기념관은 크지가 않은데 전체적으로 유리로 되어있어서 안을 모두 볼수있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대구시에서 기증한 북...  제가 비쳐보이네요...ㅋ

 마친 시간이 출근 시간인지라 사람들이 지나가는걸 구경이라도 할겸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나 월요일인지라 다들 바쁜 발걸음으로 생생 지나간다. 한참을 그렇게 구경하고있는데 이상한 낌세가 느껴진다. 비슷한 옷을 입은 젊은 처자와 어린 남정내들이 여기저기 출몰하기 시작했다. 대충 구색을 보아하니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평화공원내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아니면 수학여행이나 소풍이라도 온건지 삼삼오오 모여서 열심히도 돌아 다니고 있다.

 그네들의 재잘대며 지나다니는게 재미있어 한참을 구경하고 나서야 한국인 위령비를 찾았다. 찾기도 힘들다. 어디 어느구석쯤에 있는지도 모를 노를에다가 안내표지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그 안내표지가 위령비등을 표시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한국인 위령비,,,,

 한참을 해맨후에야 겨우 평화의종 뒷편에 자리잡은 한국인위령비를 찾을 수 있었다. 위령비 주의에는 다녀가신 분들의 화환이 한가득 쌓여있긴했지만 역시나 찾는 이 거의 없이 덩그러니 노여있었다. 제일 입구에 놓여있는 위령비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인위령비에는 기도하는 사람하나 찾아볼수가 없었다.

 위령비 주위를 이리저리 한참을 둘러 보고있는데, 주변을 자꾸 서성이시는 아저씨 한분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위령비 주의에만 나뭇잎 하나없이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다. 다시 한참을 아저씨의 행동을 지켜보니 다른곳은 가지도 않으시고 위령비주의만 빙글빙글 도시면서 나뭇잎이나 쓰래기가 될만한 것들을 모두 조그만한 봉투에 쓸어 담고 계셨다.

 아저씨께 조심스럽게 다가가 왜 위령비 주의만 청소를 하냐고 물으니, 일본이 지은 죄가 많아 이렇게 라도 갑지를 않으면 안된다 하신다. 그 외에 몇가지 더말씀을 하시지만 못알아 듣는게 태반이었다. 짧은 나의 언어실력이 이리도 후회막심한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나 고마운분들에게 드릴 조그만 선물을 꺼내다 드렸다. 이 아저씨께는 이정도가 아닌 더 큰걸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현제 가진게 없어 일단은 드리고 훗날 다시 히로시마에와서 다시 아저씨를 볼 수 있다면, 뭐든 해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잠시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느라 신경을 쓰지는 못했지만 위령비에 향을 피우고 뭐가 그리 바쁘신지 냉큼 사라지신 아주머니도 꼭 기억해 두어야겠다.

 누구든 외국에 나가기만 하면 애국자가 된다는게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애국자도 그렇다고 민족주위자도 아닌지 차마 위령비에 큰절을 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망설이다. 작은 묵례만 하고 자리를 뜬다. 한참을 달리는데 역시나 후회가 된다. 다음기회가 또올까 과연 내가 히로시마에 다시 올일이 있을까? 나가사키도 있지 않아? 거기는 가볼수나 있을까? 많은 의문을 머리에 담고 그저 달린다. 단순한 달리기 만은 되지 않을 것같은 기분이 드는 여행이다.


이건 뭐였는지 기억이....으윽..;;

평화의 종...  저 안에 조그만 종이 보이시죠??
원폭이 직접 떨어졌다는 원폭 돔....


원폭돔 앞을 지나는 강인데..이름이...;;


 히로시마를 지나 산 하나를 타고있다. 아..... 어제와 마찬가지로 미칠듯한 오르막과 좁은 길 그리고 무서운 차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차가 지나가도 창을 열고 욕하는 사람하나없고 경적소리 울리는 사람하나 없다. 앞에서 자전거가 알짱거리고 있으면 짜증 날만도 한데 말이다. 이게 일본의 운전자들의 습관이가 보다. 나로서는 크게 배울점이다.

 오르고 또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오늘도 역시나 고진감래를 몸소 보여주시는 국도 2호선 미칠듯한 내리막길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내리막길을 선사해 주신다. 한참을 그렇게 내려갔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나의 무서울 것 없는 앞길을 막은건 자동차 전용도로... 이건 내힘으로 어쩌지 못하다. 교통법규어디가 쫒겨나면 이무슨 창피란 말인가. 하는 수 없이 뒤로돌아 한 10분정도 가니 마지막으로 보았던 교차로가 보인다. 대충 큰길밖에 없는 첫날 산지도를 보고 감으로 남으로가면 뭔가 있을 것 같았다.

 내 감은 아직 죽지 않았나 보다. 몇개의 도로공사를 지나치고 남으로남으로 움직이니 역시나 등장해주시는 우리의 국도 2호선... 일본은 국도 2호선을 고속도로와 구별을 안하는지 국도를 달리다 고속도로가되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국도가 되고, 솔찍히 나같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환장 할 노릇이다. 여기사는 분들이야 적응이 되서 별로 신경을 안쓴다지만 말이다.

 이제는 별거 없다. 찾았으니 열심히 달릴뿐이다. 어제 보았던 나를 뽐뿌질하던 형씨처럼 시속 20킬로를 가볍게 넘기며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또 산이다. 오늘들어 두번째 산... 설마 또산이 나올까 했는데 진짜로 산이라니... 역시나 고진감래 더이상 열거할것도 없이 이한마디면 모든게 해결된다. 아.....거기에 추가로 무서운 터널...;; 어쩔수없이 자전거를 끌고 걸어지나갔다. 지날 수 있는 길이 좁은 탓에 타다가 넘어지면 바로 황천길로 승하할듯 하니 말이다.





 산길을 한참오르고 다시 내리막길에서 미친듯이 내려왔다. 그리고 엄청나게 깨끗한 개울.... 마을이 개울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형성되있었다. 크기도 개울이라기보다는 소형 강수준? 꽤나 넓다. 폭이 한 20미터는 되어보인다 속이 휜이 비치는 깨끗한 물.... 빠져 들고 싶었다. 아니 빠지고 싶다는 충동을 겨우겨우 붙잡고 달리고 있었다. 그 순간 일은 벌어졌다. 긴장의 끈을 살짝 놓고 개울 옆길을 따라 내리막을 패달질 한번없이 잘내려오고 있었다. 퍽하며 앞바퀴가 공중을 향해 달린다. 그리고 누웠다. 차도위에. 말그대로 황청길 갈뻔했다. 조금 멀리 서있는 트럭이 보인다. 소형자가용도 아니고 대형트럭이다. 하늘이 아직 날 필요로 하지 않으신가보다.

 언제고 길바닥에 누워있으면 안되니 얼른 몸을 추수리고 자전거도 새워놨다. 그리고 그자리에 주저앉아 물을 마시며 몸이나 자전거에 이상은 없는지 체크를 해봤다. 주변을 살펴보니 동전들이 이리저리 날리고 난리가 아니었다. 어? 동전..... 이런 핸들바백 앞에 동전을 넣어두고 있었는데 바로 전 편의점에서 물을 사고나서 동전을 집어넣고 지퍼를 체우지 않은 모양이다. 얼마를 잃어 버린지 감도 오지 않는다. 대략 몇백엔을 잃어 버린듯했다. 이제와서 후회한들 뭐하리요 그리 큰금액이 아니었으므로 개의치않고 다른이상한데를 찾았으니 다른데는 멀쩡한거 같다.




 몸을 추수리고는 다시 달린다. 오늘 하루이동거리 100킬로 지점을 통과한다. 무려 100킬로 근데 하늘의 낌새가 심상치 않다. 구름이 스믈스믈 몰려들고 있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비도 살살 뿌려주신다. 밤새 한바탕 쏫아 질 분위기 이다. 이대로 밖에서 잔다면 분명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될께 불명했다. 여관을 갈지 아니면 어디 잠자리를 찾을지 걱정되어 저녁 때도 놓친채 달렸다... 다음도시니 후쿠야마까지는 20킬로 남짖... 현제 위치는 도로위라 여관도 만만치 않을것같아 밤새 달려 후쿠야마에서 어디서든 묶을 심산으로 달렸다.

 역시나 배고픈건 못참겠다. 7시가 지났으니 배가 안고프면 미친거다. 주린배를 움켜쥐고 달렸다. 한참을 달려서야 발견한 편의점 도시락하나와 주먹밥하나 그리고 음료수와 물을 구입하고 밖으로 나와 다시 달렸다. 잠자리 걱정에 그냥 막달렸다. 하지만 가다가다 너무 배고파 무슨가게인지 모르나 패점이 된곳이 보이길래 앉아 쉴겸 도시락을 뜯어 얼른 요기를 하였다. 여기에서 잘까도 생각해봤지만 역시 비가 문제다.

 이틀전 일본인친구가 알려준 ‘길의 역’ 이란건 리쌍의 '길'을 한번도 못본것처럼 볼기회가 전혀없다. 그냥 달렸다 날이 어두워져서 달리는게 위험하지만 그래도 달려야 했다. 현제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한 1시간 가량을 달렸나 시간은 8시 30분을 향해 가고있었다. 전방에 보이는 허름한 건물... 어두워서 패점을 한건지 아니면 그냥 시간이 지나 닫은 건지 구분이 안된다. 잠시 새워 확인을 해본다. 패점인지 안은 거의 난장판 수준이다. 이리저리 돌아 다니는데 자꾸 발에 뭔가 걸린다. 낚시줄이다. 어?? 낚시줄?? 생각없이 입으로 뜯어 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부비트랩 비스므리하게 만들어 놓은 듯 하다. 다른 사람이 있나? 홈리스나 이런 비스므리한 류의 사람들이 살고있나 싶어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아무 인기척이 안보인다. 지하까지 들어갈 엄두는 나지 않는다.

 다시 지상을 잘둘러보니 정자처럼 된곳이 있다. 앞뒤가 오픈이 되어있어서 그냥 자리만 펴고 자도 될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앞을 도로요 뒤로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열차도 다닌다. 소음은 가볍게 무시하고 자야겠다. 언제부터 시끄러운거 따져가면서 잦다고...

 오늘은 시간이 많이 늦은 줄알아 일기를 미룰려 했지만 9시도 안되었는데 미루면 어쩌리...... 내일 다쓸려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맥을 켠다...... 역시나 다썻다..... 근데 날수는 4일 밖에 안되는데 일기의 페이지가 무려 9페이지다. 하루하루 뭐이리 쓸내용이 많은지 오늘도 한 30분째 써내려왔다. 매일 30분씩 글을 쓰고있는 자신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이번여행이 나름 즐겁게 느껴진다.




-------------------------------------------------------------------------------------------


이번에는 정리가 좀 늦었네요... 현실에 복귀를 하고 현실을 살다보니 이래저래 귀찮았나봅니다...


다시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겠어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을 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