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1일 일요일

히로시마 가는길!!! (8월 8일)

 새벽 4시 30분 기상. 이틀 만에 적응 완료인가 아니면 잠자리가 불편해서 잠을 제대로 자고있지 못하는 건가... 어쨌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 좋기는 하다. 출발 준비하려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크게 건드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첫 날 잠자리 만큼 아늑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길바닥이 낮에 강한 열에 대워져 따땃하니 온돌 위에서 자는 것 같아 기분은 괜찮다. 그저 지나는 차의 운전자 분들께서 신고를 안하신걸 감사히 여길뿐이다.


 오늘은 히로시마 근처까지가 목표다. 거리가 약 145키로 남았으니 80~90키로가면 55키로 남은거리가 되겠다. 얼른 달린다면 100키로를 넘기지 않을까 싶다. 짐을 다챙기고 다시 길에 오른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다. 주기가 널널히 긴게 아니라 바로바로 오르락 내리락 거린다. 50미터쯤 엄청난 오르막길을 오르고나면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뭔가 이상하다. 이게 국도 2호선의 옆을 지나는 길이기는 하지만, 내가 가야 할길이 맞는가 싶다.





 한참을 달리다 마주친 할아버지께 물어봤다. 과연 이 길이 맞는 지... 하지만 돌아오는 할아버지의 대답은... 이 길이 아니라신다. 이길이 아니라니..... 나는 분명 국도 2호선을 따라온 것 같은데.... 할아버지께 우회로가 없냐고 물어보니 아래 보이는 마을을 가로 질러 산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가라고 말씀하신다. "잉? 저기로??"  조금은 의아해 했지만 연속 오르락 내리락에 지친 나는 얼른 그길로 향하였다. 가다가 방향이 의심스러워 할아버지를 만나곳을 돌아 보니 방향을 가르쳐 주시려고 연신 손을 맞는 방향을 향해서 흔드신다. 보일지 모르지겠만 가벼운 묵례로 예를 취하고, 할아버지가 알려주신 방향을 향해 달렸다.

 산길은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서 매우 시원했다. 심지어 산들바람까지 곁들여져서 다른곳에 비하면 냉장고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시원하고 상퀘한 산길도 잠시였다. 산길을 지나 조금더 가니 큰길이 나왔다. 큰 길가에는 묘한 화장실이 하나서있었다. 안그래도 엉덩이에서 신호가 오던터라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차.... 청소 중 이시다. 화장실 앞을 서성이니 청소를 하시던 아주머니께서 남자화장실은 청소중이니 장애우용을 쓰라신다.

 그런데, 화장실보다 더 급한건 현제의 위치 확인이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니 다음 어디로 어느만큼 가야하는지 계획도 안잡히고, 얼마나 왔는지 궁굼하기도 했다. 아주머니께 커다란 지도책을 내밀며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지도를 유심히 보신다. 노안이라시며, 지도책까지 뺏어 드시더니 열심히도 보신다. 그렇게 한참을 보시더니 강가를 하나 가르키며 그 곳 부근이라고 하신다. 자세한 위치를 원했던건 아니었기에 대략적인 위치를 잡아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한 정보가 되었다.

 위치가 확인된후 나는 얼른 화장실에 들어가서 큰 일을 처리 했다. 그 후 나와서 아주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나 나왔다. 한번은 나오리라 생각했던 '冬のソナタ’... ’겨울연가' 였던가??? 국내제목이 가물가물 하다.. 맞는거 같다... 조금 생각하던 찰나에 아주머니께서 '안녕하세요.' '사랑해요'를 연발하신다. 오오.. 신기해라... 이국땅에 와서 들어보는 두번째 우리말..... (아.... 우리말을 우리나라 사람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나의 친구는 빼겠다.)





 그에 이어서 들려오는 조금은 웃지 못할 이야기는 화장실에서 잤단다.... 누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주머니 말씀에 따르면 나와 비슷한 행색을 한 한국인 청년이 몇일 전에 여기에서 잠을 자고 갔다고 하신다. 나같은 자전거 여행족이었나보다. 나 또한 여기저기 길거리에서 자고있지 않은가....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마치고 오랜만에 들은 우리말에 대한 감사의표시로 조금만 선물 을 챙겨 드리고 다시 떠난다. 아.... 근데 충격적인 발견. 국도 2호선이다.... 2호선.... 그럼 내가 좀 전까지 타고있었던건 뭐지??? 아.....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속도로옆을 달리고 있었던거 같다. 우리나라에도 가끔 있지 않은가 고속도로옆에 보면 엄청난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 거기를 길인줄 알고 하염없이 달렸던거다. 억울하다... 엄청나게...

 억울하면 어쩌리요 지난 일인 것을 억울함을 가슴 구석에 처박아 두고 본연의 임무인 그져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다. 좋다.... 오르막? 이런 어린애 수준의 오르막은 오르막이 아니다. 납덩이 50키로쯤 달고 달리다가 맴몸으로 달리는 기분이다. 속도가 엄청나다. 속도계가 20km/s 이하로 내려오지를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보니 갈림길이 하나 나온다. 나는 당연히 2번 국도 히로시마로 향하는 녀석에 몸을 싫었다. 그러나..... 그건 불행의 시작이다. 연속 오르막... 거기에 더하기 자전거 도로가 없다..... 갓길에 바짝 붙어서 아슬아슬하게 달린다. 일본의 차들은 자전거를 탄사람에게 매우 친절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좁디좁은 일본의 도로는 친절하지 못하다. 작은 차들이야 그냥 샥샥 피해가지만 커다란 화물차는... 답이 안나온다... 그리고 무섭다... 치이면 바로 황천행 급행 열차를 탈 분위기다. 화물차가 적당히 크면 상관이 없겠지만 대략봐도 2.5톤 트럭이상의 크기의 차들이 내옆을 지나갈때면 불어오는 바람부터가 심상치 않다.





 한참을 오르막의 체력소진과 좁은길의 집중력 감퇴를 동시에 격고나니 피곤함이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옛말에 고진감래라 했다. 한참 동안의 오르막을 마친 나의 앞에 나타난것은 끝이 없을 것 같은 내리막!!! 한참을 내달려도 내리막은 끝나질 않는다. 하지만 역시나 좁은 길은 끝나질 않았다. 미칠듣이 긴장의 끈을 부여 잡은 채 두눈 꼭 감고 달려 내려왔다. (물론 실제로 눈을 감지는 않았다.)




 다시 달린다.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 그져 달릴 뿐이다. 히로시마가 40km 정도 남았다는 표지가 보인다. 오...많이 왔다. 순각 엄청난 속도로 내옆을 지나가는 자전거. 행색을 보아하니 우리나라 사람같은 분위기다. 말을 걸틈이 없이 달려나간다. 순간 머리속에는 따라 달리자. 이거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앞서 달린 엄청난 속도의 자전거를 열심히 따라 달렸다. 어디서 그런체력이 남았는지 진짜 앞을 안가리고 열심히 달렸다. 속도계를 잠시 보니 25km/s를 왔다갔다 한다.

미칠듯이 달려도 보이지 않던 양반의 자전거가 패밀리 마트에 새워져있다. 그냥 지나친다. 말걸 생각이 없는 양반에게 말을 걸어봐야 별로 재미있을것 같지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역전.... 빠르시다... 이제는 빠르다는 생각외에는 별생각이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따라갈 기운마져도 없다.




슬슬 해가 저문다. 앞뒤안가리고 달린덕에 잠자리가 마땅치가 않다. 어제 만난 일본인 친구에게 들은 미치노에키(「道の駅」우리말로는 길의역 쯤 될려나??)를 기대했지만 역시나 꽝이다... 내가 가는길에는 없는건지 아니면 내가 없는 길로만 골라가는건지... 난감하기 그지 없다. 한참을 달리다 찾은 조그만 마을의 체육공원... 화장실도 있다... 싯고 잘수있겠다. 주변이 아직 어수선해 일기를 먼져쓸 심산으로 맥을 켜서 열심히 일기를 써내려간다.

 아....!!!  무선랜이 잡힌다.... 오오오!!! 아싸!! 좀더 놀만한 꺼리가 생겼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정도만 해야한다. 내일 그리고 한동안 일기를 쓸생각을 하니 배터리를 아꺼야지하는 마음부터 생긴다. 배터리가 없으면 수첩에 손으로 열심히 써서 다시 옮겨쳐야하는 고난을 감수해야 할 지도 모른다.




P/S... 못쓰고 지나친 중요한 이야기.......  
 펑크!!! 조그만한 와셔비슷한 녀석이 한 귀퉁이가 뜯어져 나간 모양새로 바닥에 깔려있었는지 바퀴에 그대로 꼿혀 있었다. 조금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오다 속도를 줄이면서 생긴 펑크라 아찔한 상황은 생기지 않았지다. 불행중 다행이다. 조심해서 천천히 다니던가 해야겠다. 아무래도 짐을 많이 싣다보니 위험이 더큰거 같다. 아....펑크는 준비해온 수리도구로 처음으로!! 수리 해봤다. 뭐.... 옛날에 보던게 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냥 잘된건지 모르지만 별어려움 없이 잘해결했다. 9일도 하루종일 별탈없이 다닌거 보면 나름 소질이 있는지도??  그 후에도 한동안 펑크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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